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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수가 묻고 싶지 않은 말을 물었다.문맥은 간략하나 이 책의 덧글 0 | 조회 279 | 2021-04-28 22:41:31
최동민  
양예수가 묻고 싶지 않은 말을 물었다.문맥은 간략하나 이 책의 저자가 그 이시진을 만나본 모양으로 아직 완성은 아니했으나 작자의 의도를 부연하여 그 완성된 책의 목표에 의할진대 세상 만병의 발단과 진행을 열여섯 줄기로 대별한 후 이어 1,892종의 동, 식, 광물을 망라한 약물의 각 효험을 상술하려는 방대한 계획인 걸 알 수 있소.궁금한 것은 적세는 얼마며 어디쯤 왔으며 아군의 대처는 어떠한가였으나 노상엔 그 상대로 역참과 역참을 꿰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양으로 뛰닫는 그 소란한 말발굽소리와 무인지경으로 밀려올라오는 뺏고 죽이고 불지르는 왜군의 소문만 휩쓸 뿐이었다.허준이 다짐하듯 이명원에게 물었다.속히 가오. 가서 그대의 처방의 결과를 그대의 눈으로 확인해야 하리.하오면 의원이 나오기까지 예서 잠시 기다리겠습니다.그 부드러운 눈및에 이제야 미사가 남모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미사는 이미 허준의 숭배자였다. 허준의 의술의 경지는 다 짚어볼 길이 없으나 환자의 고름뿌리를 입으로 뽑아내던 허준을 보며 이제 초조가 시작된 소녀 미사에게 허준의 존재는 하늘 아래 둘도 업는 이성의 대상으로 비치고 있는 것도 요즘의 변화였다.양예수를 위시 공빈과 그 아우 김병조가 병이 나았다고 상감에게 하례차 몰려갔다가 병이 재발하여 다시 진숙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정작은 고개를 저었다.이제야 허준의 온몸에 피비린내가 풍겨나기 시작했다. 나흘 밤 사흘 낮 천황산 빙곡의 바위굴에서 맡고 맡고 또 맡았던 스승 유의태의 몸에서 쏟아지던 그 뜨거운 피비린내가 .동시에 탕약을 뒤집어쓴 허준의 가슴 앞자락에 벼룻돌의 먹물로 새까맣게 흘러내렸다.어의의 심기를 흐려 드렸음을 사죄하옵고.일행인 병조의 관원이 10여 보 앞까지 달려와 소리쳤으나 허준은 아직 한낮인 중천의 하늘을 흘긋 본 채 다시 남응명에게 말했다.아무튼 고구려인 덕래의 의술이 섬나라 왜에서 꽃핀 것은 병의 치유를 무주의 방식이나 신불의 가호에 빌던 원시적 행위로부터 약과 시술에 의해 병의 원인을 다스리려는 고구려의 진일보된 의
의녀?잡인의 근접을 금기하는 산실청 가까이 선 세 사람이 눈에 익은 내의원 사람들이기에 지나쳤으나 그 내시 또한 경황이 없는 걸음걸이였다.여러가지를 묻습디다. 나도 아는껏 아뢰었고.그토록 냉정한 정작의 눈에 물기가 어린 채 화안히 신뢰의 미소를 담아 웃고 있었다.왕을 가해하는 흉기로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세간살이는 일체 놓여 있지 못하며 오로지 밤의 어둠을 밝히고 끄는 촛대와 요강과 타구 하나만 놓여 있을 뿐이다.단숨에 고갯마루에 오른 허준이 그제야 돌아본 집 쪽은 불빛 하나 인적 하나 보이지 않았다. 허준은 고개 아래 미사가 자기의 짐을 지키고 기다리고 있는 자원사 절간 입구로 달렸다. 그건 불타는 도성을 피해 남산을 넘는 지름길 기슭이었다. 미사가 마주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그 자원사 숲속에서 끊임없이 목탁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그 왕가의 전통이 이 대에 와서 퇴색한 게 아니다. 물론 그렇게 맺어진들 남녀의 교접이 어찌 의무만 있고 욕망은 없었으랴만 그러나 욕망과 환락만을 추구할 수 없도록 임금의 용종을 뿌리는 침전의 규범은 엄격한 감시 속에 놓여 있으니 동온돌이라 불리는 왕의 침전의 구조부터가 우물 정자로 된 한복판 방이며 주변 장자로 가로막힌 사방 여덟 개의 방마다에는 상궁들의 우두머리인 제조상궁을 위시, 연로한 상궁들이 각방마다 한 사람씩 들어가 앉아 신시(오후 4시)부터 진시(아침 8시)까지 꼬박 눈을 뜨고 호위하는 속에 임금의 방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허준을 능가하지 아니하고서는 어의의 자리를 영영 넘겨볼 수 없다. 김응택은 처음 혜민서에서 수집한 허준과 이공기의 행적을 본떠 병자의 고름도 빨고 퇴청 시각을 무시, 병자의 간병을 위해 밤샘도 해보았으나 하루 이틀도 아니요 날이면 날마다 밀려드는 병자들 앞에선 마침내 의지가 꺾이고 만 것이다. 더구나 누가 주시해주는 이도 없으며 자기를 밀어주던 양예수도 제 코가 석자나 빠진 이 마당에 내일에의 보장도 없는 헌신을 언제까지나 계속한다는 의욕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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